할랄 식품 강국 인도네시아, 왜 중동으로 눈을 돌렸나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약 2억 3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이슬람 신앙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무슬림의 약 13%에 달합니다. 이 거대한 내수 시장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식품 산업은 오랜 시간 할랄(Halal) 기준에 따라 성장해왔고, 자연스럽게 '할랄 식품 제조 강국'이라는 위상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할랄 식품 브랜드의 중동 진출 이야기를 해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 로컬 스낵 브랜드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중동 지역(특히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문화적 공감대와 인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중동 시장은 터키, 이란, 레바논 등 자국 브랜드 중심의 식품 문화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글로벌화된 소비 성향, 간편식·간식 시장의 확대에 따라 '외국산이지만 할랄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브랜드들이 정교한 제품 설계, 저렴한 가격, 우수한 유통 관리로 빠르게 대응하며 틈새를 파고든 것이죠.
성공을 이끈 인도네시아 로컬 브랜드의 전략
① 할랄 인증의 강력한 신뢰성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 할랄 인증 의무화 제도'를 시행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MUI(인도네시아 울라마 위원회)의 할랄 인증은 중동에서도 신뢰받는 기준 중 하나이며, 특히 GCC 국가(걸프 협력 회의 국가들)에서는 해당 인증이 수입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인기 스낵 브랜드 "Tango"(웨이퍼 과자), "Kusuka"(카사바 칩), "Garuda Food"(땅콩 스낵 브랜드)는 모두 MUI 인증을 바탕으로 중동 수출길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100% 할랄", "알레르기 정보 완비", "무첨가물" 등의 키워드로 포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담아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② 중동 소비자 맞춤 제품 개발
중동의 간식 소비 패턴은 단맛이 강하고, 향신료가 다양한 것이 특징입니다. 인도네시아 브랜드들은 이에 맞춰 제품의 향료 조정, 단맛 강화, 대추나무 추출물 등 지역 선호 원료 활용 등의 로컬라이징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또한 한정판 제품(예: 라마단 한정 스낵박스, 하디야 패키지 등)을 출시해 현지의 문화 및 종교적 행사를 적극 반영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문화적 감수성을 보여주는 접근으로, 중동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③ SNS 마케팅과 이커머스 플랫폼 활용
중동 지역에서도 인스타그램, TikTok, YouTube는 강력한 소비자 접점입니다. 인도네시아 브랜드들은 로컬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스낵 언박싱, 라마단 간식 리뷰, 레시피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예: 쿠웨이트 출신 식품 인플루언서가 "Tango 웨이퍼가 오히려 유럽산보다 맛있다"는 영상은 200만 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Shopee Middle East, Noon.com, Amazon UAE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유통 경로를 강화하며 빠르게 시장 침투에 성공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바로가기 링크와 할인 쿠폰 마케팅은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안은 스낵 혁명
인도네시아 스낵 브랜드의 중동 진출은 단순한 물류 확장이 아니라, 식품 브랜드의 문화적 글로벌화라는 관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물류 및 신선도 관리
중동 지역은 기후가 덥고 건조하며, 일부 지역은 인프라가 부족해 장거리 운송 시 제품의 신선도나 품질 유지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열대 원료 기반 제품은 포장 기술, 보관 관리 등이 관건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브랜드는 두바이 물류허브를 중심으로 현지 창고를 확보하거나, 냉장·냉동 보관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로컬 브랜드와의 차별화
중동에는 강력한 자국 브랜드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사우디의 "Al-Batal", UAE의 "Hunter’s Gourmet" 등은 지역 소비자에게 이미 친숙한 스낵 브랜드입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할랄'만으로는 부족하며, 더 맛있고 더 감성적인 브랜드 경험이 필수입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브랜딩
처음엔 가격과 신기함으로 진입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철학, 지속가능성, CSR 활동 등으로 소비자와의 감정적 연결을 유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 친화적 패키징”, “팔레스타인 구호 캠페인 연계” 등의 활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할랄’은 규제가 아니라 기회다
인도네시아 스낵 브랜드의 중동 진출 사례는 단지 종교적 인증을 통과한 식품의 수출이 아니라, 문화적 공감대와 현지 맞춤 전략이 결합된 새로운 브랜드 글로벌화 모델입니다.
특히 ‘할랄’이라는 키워드는 규제가 아니라 브랜드 신뢰와 시장 확대를 위한 인증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처럼 자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활용해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브랜드 전략은 다른 국가, 다른 산업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교훈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