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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시골 제철소가 프랑스 패션에 진입한 사연” – 니치 B2B 브랜드 글로벌화 사례

by 설렘(seollem2508) 2025. 8. 6.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제철소', 패션 브랜드의 소재가 되다

“일본의 시골 제철소가 프랑스 패션에 진입한 사연” – 니치 B2B 브랜드 글로벌화 사례
“일본의 시골 제철소가 프랑스 패션에 진입한 사연” – 니치 B2B 브랜드 글로벌화 사례


일본 니가타 현 츠바메시(燕市)는 인구 7만 명도 안 되는 작은 시골 도시입니다. 이곳은 수백 년 전부터 금속 가공으로 유명한 ‘장인의 마을’로, 주방 도구나 전통 금속공예품 등을 만드는 공방과 소규모 제철소가 밀집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제철소가 쇠퇴해가고 있었고, 일부는 폐업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제철소 ‘야마노코 제철소’가 프랑스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시작하며 작은 니치 B2B 브랜드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를 만들어 냅니다. 이들은 고급 주방용 나이프와 금속 액세서리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에 공급할 수 있는 고급 금속 부자재 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시작은 ‘철’이라는 물성이 아니라, ‘수작업’이라는 가치에 주목한 디자이너 한 명과의 만남이었습니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디자이너 마리안느는 일본 여행 중 츠바메시를 방문했고, 이 제철소에서 만든 숟가락의 촉감과 결에서 고급 패션 액세서리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빠르지 않았지만, 꾸준하고 정직한 작업을 통해 2년 뒤, 야마노코 제철소는 유럽 최대 패션 박람회인 프레미에르 비죵(Première Vision)에서 샘플을 선보이며 공식 협력 업체로 채택되기에 이릅니다.

 

오늘은 니치 B2B 브랜드 글로벌화 사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소재 기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 B2B는 어떻게 브랜딩되는가


① 보이지 않는 영역을 보이게 만들다
소재 기업, 특히 B2B 중심의 제철소는 일반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보다는 품질 중심으로 운영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이 소재가 어디서, 누구에 의해,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졌는가'가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야마노코 제철소는 기존 B2B 관행을 깨고 소재의 브랜드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대표는 영어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재료 가공 과정과 수작업 장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또한 제철소에서 나오는 ‘스크래치가 있는 금속판’을 '결이 살아있는 디자인'으로 소개하며 일부러 완벽하지 않은 소재를 고급화된 내러티브로 전환했습니다.

 

② 디자이너와의 공동 개발, ‘코크리에이션’ 전략
유럽 시장에서는 ‘산지-제조사-디자이너’의 삼각 협업이 흔한데, 아시아 B2B 기업들은 여전히 OEM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야마노코 제철소는 이와 다르게 디자이너와 소재 개발 초기부터 함께하는 코크리에이션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 브랜드 Maison C.와 함께 만든 브라운톤 산화처리 금속 버튼은 “시간의 흔적이 담긴 디자인”이라는 콘셉트로 출시되었고, 런던패션위크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제품은 이후 비건 가죽 코트의 주요 부자재로 채택되며, 소재 그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부각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③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컬처 큐레이션’
글로벌 진출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수출한다고 이뤄지지 않습니다. 야마노코 제철소는 일본의 ‘공예정신’을 제품에 투영하면서도, 현지의 미적 코드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브랜딩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들은 일본 전통 장인의 공방처럼 꾸민 부스를 파리 박람회에서 전시했고, 프랑스어 안내 브로슈어, 일본 장인의 초청 시연 등을 통해 '이국적이지만 현지에서 공감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작은 브랜드의 글로벌 생존 전략: 틈새를 파고들다


글로벌화된 B2B, '브랜드가 없는 부품' 시대의 끝
이제는 B2B도 브랜드 시대입니다. 소비자는 완제품만이 아니라 그 구성 요소까지 관심을 가집니다. 예컨대 명품 브랜드가 "이 단추는 일본 장인이 수작업한 304 스테인리스 버튼"이라고 소개하면, 소비자는 거기서 '스토리를 가진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야마노코 제철소는 이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고, “Made in Japan”을 넘어서 “Made by YamanoKo, in Tsubame”라는 아이덴티티를 강화했습니다. 부품을 넘어서 ‘가치의 일부’로 포지셔닝한 전략입니다.

 

규모가 아닌 감도로 승부하는 전략
글로벌 대기업들과 달리 작은 제철소는 생산 속도나 규모에서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감도 있는 디자이너, 실험적인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오히려 ‘유연하고 독립적인 파트너’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점은 오히려 ‘한정판 감성’으로 전환되어,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는 지금처럼 ‘소수의 정체성을 소비하는 시대’에 더더욱 주목받는 특성입니다.

 

산업의 ‘이야기화’, 지역의 ‘철학화’
야마노코 제철소의 사례는 단지 한 공장이 해외 진출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 산업이 글로벌 미학과 접속하는 과정이자, 제조 기반이 브랜딩 가능한 콘텐츠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은 수많은 지역 기반 소공인, 장인, 중소 제조사에게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바로 “작지만 진정성 있는 기술이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브랜드 없는 시대의 브랜드화


'제철소'는 전통적으로 조용한 산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용한 기술, 보이지 않던 손길이 새로운 시대의 브랜드가 되고 있습니다.

야마노코 제철소의 사례는 단지 글로벌 진출의 성공담이 아니라, B2B 브랜드의 문화적, 정체성적 재해석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실용적인 레퍼런스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히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회사의 제품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