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중 로봇 정비사란 누구인가
일반인이 ‘로봇’이라고 하면 주로 육상에서 작동하는 산업용 로봇이나 가정용 로봇을 떠올리지만, 수중 로봇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수중 로봇 정비사는 해양 탐사, 해저 케이블 점검, 군사 작전, 심해 자원 채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무인 잠수정(ROV, Remotely Operated Vehicle)과 자율 무인 잠수정(AUV,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을 관리하고 수리하는 전문가다.
이들은 바다 위 선박과 해저를 오가며 로봇이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바닷물의 염분, 고압, 저온 환경은 기계 장비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정비사의 역할이 곧 임무 성공의 핵심이 된다.
이 직업은 드물고 전문성이 높아, 세계적으로도 종사자가 매우 한정적이다.
2. 하루 일과와 작업 환경
수중 로봇 정비사의 하루는 철저한 점검과 준비로 시작된다.
출항 전, 로봇의 센서, 카메라, 조종 장치, 추진기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특히 해저 작업에서는 고장이 나면 곧바로 회수가 어려워 큰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예방 점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해상에 나가면 정비사는 로봇을 해저로 투입하기 전 최종 세팅을 하고, 운영팀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만약 로봇이 해저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오면 즉시 회수하여 문제를 진단하고 수리한다.
이 과정에서 전기·전자 지식뿐 아니라, 용접·기계 가공·해양 물리학 등 다방면의 기술이 필요하다.
작업 환경은 결코 편하지 않다. 파도와 바람이 거센 바다 한가운데서 긴 시간 대기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해수면 아래 직접 잠수해 부품을 교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만큼 ‘지구에서 가장 신비한 공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3. 이 직업의 매력과 도전 과제
수중 로봇 정비사의 가장 큰 매력은 바다를 통해 인류의 지식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는 점이다.
정비사가 관리하는 로봇은 심해 생물 연구, 난파선 탐사, 심해 지질 조사, 심지어는 기후 변화 연구에도 활용된다.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과학자, 엔지니어, 정부 기관 등에 전달되어 수십 년간의 연구 기반이 된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다. 장비 가격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가 엄청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해상 근무 특성상 장기간 집을 떠나 생활해야 하고, 기후나 해상 상황에 따라 업무 일정이 유동적으로 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한 한 정비사는 이렇게 말했다.
바다 밑에서 일하는 기계가 제 손을 거쳐 다시 움직일 때,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합니다.
누군가는 평생 가보지 못할 심해를 제 손으로 연결해준다는 사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