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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직업 인터뷰 시리즈 2편] 삶과 죽음을 잇는 디자이너 — 장례 문화 기획자 이야기

by 설렘(seollem2508) 2025. 8. 11.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이어 희귀 작업 인터뷰 시리즈 2편으로 오늘은 '장례 문화 기획자'에 대해 포스팅해보려고합니다

 

[희귀 직업 인터뷰 시리즈 2편] 삶과 죽음을 잇는 디자이너 — 장례 문화 기획자 이야기
[희귀 직업 인터뷰 시리즈 2편] 삶과 죽음을 잇는 디자이너 — 장례 문화 기획자 이야기

 

 

 

1. 장례 문화 기획자란 무엇인가


장례 문화 기획자는 단순히 장례식 운영을 맡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고인의 삶을 시각·청각·공간 연출로 재해석해 ‘맞춤형 추모 행사’를 만드는 디자이너다.
전통적인 상례 절차를 기본으로 하되, 고인의 취향, 인생 궤적, 사회적 관계를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생전에 재즈 음악을 사랑했던 고인을 위해 장례식 전 과정을 라이브 밴드 공연으로 구성하거나, 등산을 즐겼던 이를 기리기 위해 실내를 초록 식물과 바위 장식으로 꾸민다.
최근에는 슬라이드 쇼나 다큐멘터리 형식의 추모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이 직업은 특히 고인 중심의 장례 문화를 선호하는 해외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미국, 일본,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라이프 셀러브레이션(Life Celebration)’이라는 이름으로 맞춤형 장례가 확산 중이다. 한국에서도 서서히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장례 문화 기획자가 그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2. 하루 일과와 작업 과정


장례 문화 기획자의 하루는 대개 유족 상담으로 시작된다.
이 상담은 단순히 절차 안내가 아니라, 고인의 생애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가족이 제공한 사진, 편지, 소장품, 음악 목록 등을 토대로 콘셉트를 정하고, 그 콘셉트를 행사 전반에 반영한다.

작업 과정은 보통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 콘셉트 기획 — 고인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담을 핵심 주제 선정
  • 연출 계획 — 조명, 음악, 영상, 공간 장식 등 세부 요소 설계
  • 전문가 협업 — 플로리스트, 영상 제작자, 무대 디자이너, 사회자 등 섭외
  • 현장 운영 — 장례 당일 전체 일정 조율과 문제 해결
  • 기록 및 전달 — 유족에게 행사 기록물(영상, 사진, 추모집) 전달

한 기획자는 생전 동물을 사랑한 고인을 위해, 장례식장에 보호소 강아지를 초대하고 입양 캠페인을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
또 다른 사례로, 고인이 작곡가였던 경우, 그의 미발표 곡을 장례식에서 처음 공개해 참석자 모두가 감동을 받았다.

 

3. 직업의 매력과 어려움


장례 문화 기획자의 가장 큰 보람은 유족이 “마치 그분이 함께 있는 것 같았다”고 말해줄 때다.
그 순간, 단순한 장례 절차를 넘어 ‘기억을 설계하는 일’을 했다는 성취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직업은 감정적으로 매우 소모적이다.
매번 죽음을 마주하며, 슬픔과 애도의 현장에서 냉정하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시간 압박이 크다. 장례식은 보통 사망 후 3일 안에 진행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기획과 준비를 마쳐야 한다.

더불어 예산 문제도 빈번하다. 유족이 원하는 연출이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감동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4. 업계 현황과 미래 전망


한국의 장례 문화는 오랫동안 표준화된 절차 위주였지만, 맞춤형 장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고령화 시기에 접어들며, 자신의 장례를 미리 기획하는 프리니드(Pre-Need) 서비스가 확산 중이다.
이에 따라 장례 문화 기획자는 단순한 의례 진행자에서 브랜딩 디자이너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한 장례 기획 전문 회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장례식은 고인을 기억하는 ‘퍼스널 브랜딩 이벤트’가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조용하게,
누군가는 축제처럼 보내달라고 할 겁니다. 우리는 그 마지막 장면을 완벽하게 만들어줘야 하죠.

 

또한 온라인 추모 공간, 메타버스 장례식 같은 신기술과 결합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통해 해외에 있는 친척들이 실시간으로 추모에 참여하거나, AI가 고인의 목소리로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다.

 

 

5. 이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장례 문화 기획자가 되기 위해 필수 전공은 없지만, 이벤트 기획, 무대 연출, 심리 상담, 종교학 등 다양한 배경이 도움이 된다.
특히 감정 공감 능력과 위기 대응 능력은 필수다.
또한 장례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법적·실무적 제약을 줄일 수 있다.

현장에서 수많은 유족을 만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며, 고인의 삶을 존중하는 연출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직업에 잘 맞는다.

 


장례 문화 기획자는 단순히 의식을 진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마지막으로 설계하는 예술가다.
그들이 만드는 장례식은 단지 이별의 순간이 아니라, 사랑과 기억을 이어주는 다리다.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그 속에는 삶을 더 빛나게 하는 따뜻한 힘이 있다.